"아빠, 우리차도 전기차예요?"..경유차 판매, 친환경차에 첫 추월당할듯
점유율 43%서 3년새 25%로
디젤게이트·환경규제 영향
요소수 품귀사태도 악재 돼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 22%
업계 "연말까지 추월 가능"
한때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가솔린차보다 많이 판매됐던 디젤차 인기가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이 경기 부양책으로 친환경 차량 지원을 확대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경유차에 필요한 '요소수' 품귀 사태까지 지켜본 소비자들이 경유차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 디젤차 판매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디젤차 판매량은 39만7916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45.9%로 정점을 찍었던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9년 36.6%, 2020년 31.2%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액화석유가스(LPG)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세 차종의 합산 비중은 2018년 13.3%, 2019년 15%, 2020년 17.1%였다. 올해 1~11월에는 총 35만7406대가 판매되며 전체 신차 판매량의 22%로 껑충 뛰어올랐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의 올해 누적 판매량(8206대)까지 더하면 총 36만5612대로 비중은 22.4%로 소폭 늘어난다. 경유차 판매량과 2.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출고 지연에도 친환경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판매량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디젤차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차는 연비와 힘이 좋지만 오염물질 배출이 많다는 점이 한계로 꼽혀왔다. 하지만 폭스바겐을 비롯해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2000년대 후반 오염물질 배출 저감에 성공하면서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과 함께 유럽과 한국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배출가스 양을 조작한 '디젤 게이트' 파동과 잇단 화재, 2016년 이후 국내에서 불거진 미세먼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시기에 노후 경유차 운행을 금지했고, 서울시는 2025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경유차 퇴출을 선언했다. 그사이 하이브리드·전기·LPG차 등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전반이 침체됐을 때 많은 나라가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 강화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디젤차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배출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한 기술 적용으로 디젤차 가격이 가솔린차보다 100만~200만원 비싼 것도 디젤차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출시된 2022년형 싼타페는 같은 트림의 가솔린 모델이 50만원 오른 반면, 디젤 기본형은 240만원이나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트럭·버스 등 대형 화물차량은 디젤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디젤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디젤 엔진 외에 대형 화물차량을 운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디젤차를 서둘러 없애면 운송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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