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독일·영국 등 유럽 18개국에서 지난해 12월 한달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경유차 판매량을 앞질렀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자동차 시장 분석가 마티아스 슈미트가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18개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최대인 17만6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새 승용차 판매량의 20%로, 1년 전인 2020년 12월보다 6% 늘어난 것이다. 경유차 판매량은 16만대로 전기차보다 1만7천대 가량 적었다. 전체 승용차 중 경유차의 비중은 19%였다.

슈미트가 운영하는 ‘슈미트 자동차 리서치’의 자료를 보면, 18개국의 지난해 총 전기차 판매량은 119만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11.2%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의 6.7%에 비해 5.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유럽의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 최악의 침체기를 겪은 걸 고려할 때 전기차 판매 증가는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이 회사는 지적했다.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이 자동차 업체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한 덕분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신규 판매 자동차 한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95g으로 정하고, 이를 넘기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연말에 벌금을 피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에 집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럽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던 지난해 초중반에는 이윤이 큰 경유 스포츠 실용차(SUV) 판매에 집중했다. 하지만 경유차 감소세를 되돌릴 정도는 아니었다. 마티아스 슈미트 분석가는 2015년 9월 독일 업체 폴크스바겐의 경유차 배기 가스 조작 사건이 처음 알려진 이후 ‘경유차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도 지난해 유럽 시장에 판매한 전체 승용차의 8.8%에 해당하는 31만대의 전기차를 파는 등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