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중고차 최대 수출국 리비아 항로 막혀
기존 항로 24일,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40일
“인양됐어도 일정 미지수... 선박적채 피해 예상”
인천항만공사, "석유와 천연가스엔 차질 없어"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버기븐호가 일주일여 만에 다시 물에 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항로 완전 복구까진 일정이 미지수라 인천항 중고차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대만 국적 선사 에버그린(EVERGREEN)이 운영하는 에버기븐(Evergiven)호가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에서 6km에서 떨어진 부분에서 좌초됐다. 이로 인해 400척이 넘는 국제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

수에즈 운하 남측 앞에서 좌초한 에버기븐호. 사진은 좌초 당시 가로로 운하 입구를 막고 있던 선박을 세로로 돌려 놓은 사진이다.
수에즈 운하 남측 앞에서 좌초한 에버기븐호. 사진은 좌초 당시 가로로 운하 입구를 막고 있던 선박을 세로로 돌려 놓은 사진이다.

현재 인천항을 출항해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중고차 운반선은 'MV CSAV RIO GRANDE'호와 'MV HOEGH BANGKOK' 두 척이다.

두 선박은 중고차 총 6000여 대를 싣고 지난 11일과 13일 인천항을 떠나 현재 아덴만 인근에 머물러 있다. 4월 초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두 선박 모두 한국의 중고차 최대 수출국 리비아 미스라타를 향하고 있다. 리비아는 이집트 이웃 국가로 수에즈 운하만 통과하면 금방이다. 인천항에서 편도로 보통 24일 소요된다.

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 가면 편도 40일이 걸린다. 왕복으로 환산하면 유류비를 포함한 추가 선박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한다.

현재 국내 중고차 수출산업 가운데 인천항의 비중은 약 90%에 이른다. 그만큼 인천항 물동량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항이 수출한 중고차 물량은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보다 7만3192대(17.5%) 줄어든 총 34만6680대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리비아가 10만2000대다. 대략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현재처럼 리비아로 향하는 중고차 운반선의 항로가 막힌다면, 인천항의 물동량에도 다소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인천 중고차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에버기븐호가 빠른 시일 내 인양에 성공해 항로가 뚫리더라도, 현재 많은 화물선박들이 적채돼 있어 운송비 상승 등 간접적으로 파급되는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에즈 운하 입구에서 좌초한 에버기븐호. 사진은 좌초 후 세로로 전환한 에버기븐호를 예인선이 인양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인양은 29일 밤~30일 새벽(한국시간) 쯤으로 예상된다.
수에즈 운하 입구에서 좌초한 에버기븐호. 사진은 좌초 후 세로로 전환한 에버기븐호를 예인선이 인양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인양은 29일 밤~30일 새벽(한국시간) 쯤으로 예상된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수출도 차질이 우려되지만, 자동차 산업이 밀집된 평택항이나 울산항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석유 대부분은 아라비아반도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천연가스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로부터 들여와 에너지 수급 문제는 미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수에즈운하에 좌초한에버기븐호의 부양작업이 성공해 정상 항로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수에즈 운하가 언제 다시 개통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에버기븐호는 길이가 400m, 폭이 59m인 2만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2만개 실을 수 있는 선박)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이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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