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11. '쉐보레 카마로' 한국인 이상엽의 터치로 부활한 포니 카

레트로 디자인이 돋보인 5세대 카마로는 1960년대 GM의 대표적 포니 카였던 쉐보레 카마로 1세대 모델을 기준으로 삼아 디자인되었다. 오리지널 디자인은 수많은 타협의 결과물이었지만, 현대화된 카마로는 옛 차의 이미지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역동적 디자인이 호평을 얻었다

  • 입력 2022.07.29 06:59
  • 수정 2022.07.29 07:02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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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카마로는 원래 포드 머스탱을 겨냥한 GM의 포니 카 중 하나였다. 카마로는 석유파동과 함께 차의 성격이 달라진 이후로도 대중적 성격의 스포티한 모델 자리를 지켰지만, 낡은 설계와 시장 변화에 떠밀려 4세대 모델 생산을 2002년에 마감한 이후 공백기에 들어갔다.

2006년 초 공개된 카마로 콘셉트 카. 한국인 이상엽 디자이너가 외부 디자인을 주도해 화제가 되었다 (출처: General Motors)
2006년 초 공개된 카마로 콘셉트 카. 한국인 이상엽 디자이너가 외부 디자인을 주도해 화제가 되었다 (출처: General Motors)

2006년 초 쉐보레는 5세대 카마로를 위한 콘셉트 카를 공개하며 부활을 알렸다. 이미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과거의 인기 포니 카들을 현대화한 차들을 내놓았기 때문에, GM의 접근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GM은 이 디자인을 반영한 양산차 생산을 결정했고, 개발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결국 2009년 초부터 생산이 시작되었다. 물론 미국 자동차 애호가들은 40여 년 전 빅 스리의 포니 카 경쟁이 재현되는 분위기를 반기고 즐겼다.

양산 모델의 외부 디자인은 큰 틀에서 콘셉트 카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출처: General Motors)
양산 모델의 외부 디자인은 큰 틀에서 콘셉트 카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출처: General Motors)

1966년에 첫선을 보인 1세대 카마로는 1969년까지 생산되며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5세대 카마로는 주로 1969년형 모델의 디자인을 재해석의 기준으로 삼았다. 가운데 부분이 뾰족한 그릴과 안쪽으로 들어간 원형 헤드램프, 가운데 부분을 부풀린 보닛, 도어 뒤쪽에서 살짝 부푼 뒤 펜더 등 특징적 요소들을 이어받았다. 다만 사각형 두 개를 이어 붙인 듯한 테일램프는 1968년형 모델과 3세대 이후 콜벳에 쓰인 디자인을 변형해 반영했다.

양산 모델의 외부 디자인은 큰 틀에서 콘셉트 카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바퀴 주변을 뚜렷하게 부풀린 것, 보닛 가운데의 불룩한 '파워 벌지' 앞에 넣은 얇은 공기 흡입구 장식을 없앤 것, 사이드 미러와 도어 핸들 그리고 주유구를 양산차에 맞게 손질한 것 정도가 차이였다. 면과 선을 세련되게 다듬었을 뿐, 롱 노즈 숏 데크 비례와 정직한 3박스 형태는 오리지널 카마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렸다.

실내는 외모만큼 옛 차의 스타일을 닮지는 않았지만, 단순하고 간결한 구성은 고전적인 느낌이었다 (출처: General Motors)
실내는 외모만큼 옛 차의 스타일을 닮지는 않았지만, 단순하고 간결한 구성은 고전적인 느낌이었다 (출처: General Motors)

실내 디자인은 단순한 형태의 대시보드에 계기판 영역만 운전자 쪽으로 돌출시켜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다. 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는 놓인 위치가 낮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센터 터널이 높아서 운전 중 조작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전반적 디자인은 외모만큼 옛 차의 스타일을 닮지는 않았지만, 단순하고 간결한 구성은 고전적인 느낌이었다.

5세대 카마로는 옛 차의 이미지와 현대적 감각을 잘 버무려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출처: General Motors)
5세대 카마로는 옛 차의 이미지와 현대적 감각을 잘 버무려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출처: General Motors)

옛 차의 이미지와 현대적 감각을 잘 버무려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덕분에 2010년 월드 카 오브 더 이어(WCOTY)의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전통의 자동차 문화와 거리가 있었던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이 외부 디자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제였다. 디자인과 더불어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성능을 갖춘 것도 카마로에 호평을 안겨주었다. 새 카마로 덕분에, 쉐보레에게 21세기 들어 다시 시작된 포니 카 경쟁은 '해 볼 만한 싸움'이 되었다.

5세대 카마로 디자인의 기준이 된 1969년형 카마로 SS (출처: General Motors)
5세대 카마로 디자인의 기준이 된 1969년형 카마로 SS (출처: General Motors)

그와는 달리 1세대 카마로는 늘 포드 머스탱에게 밀리는 존재였다. GM이 야심차게 개발한 소형차 쉐보레 콜베어를 바탕으로 포니 카를 만들려는 계획이 엎어지면서, 카마로의 개발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제품 개발에서 있었던 일들만큼 디자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경쟁차는 경쟁차대로 의식해야 했고, 내부적으로는 짧은 개발 기간 사이에 섀시 결정이 늦어지면서 뜻하지 않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1세대 카마로의 디자인은 화려함을 걷어낸 단순한 형태에 주안점을 두었다. 바퀴 윗 부분을 부풀린 고전적 형태를 따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차체 형태는 물론 선과 면 모두 간결하게 처리했다. 개발 막바지에 풍동 시험을 거치는 등 공기역학적 고려도 반영되었다. 당대 차들과 달리, 카마로는 범퍼를 포함해 차체 외부의 크롬 장식을 크게 줄였다. 이는 새로운 접근이었지만 차체를 조금 빈약해 보이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이후 연식이 바뀔 때마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변화가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1세대 카마로의 디자인은 허점은 있어도 나쁘지는 않았다 (출처: General Motors)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1세대 카마로의 디자인은 허점은 있어도 나쁘지는 않았다 (출처: General Motors)

내부에서도 1964년에 선보인 슈퍼 노바 콘셉트 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조금 더 먼저 개발된 3세대 콜벳의 계기판을 활용하는 등 타협을 거쳤다. 대시보드는 아래쪽이 더 깊은 역경사형인 것이 독특했고, 센터 페시아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커다란 원형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를 돋보이게 만든 계기판 구성은 5세대 카마로에도 재현되었다.

1세대 카마로 개발 당시 GM 디자인 담당 부사장 빌 미첼(Bill Mitchell)은 1세대 카마로를 디자이너가 한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한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필요에 의해 기획되고, 설계와 기술에 휘둘리고, 비용에 발이 묶인 채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의 디자인은 허점은 있어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 카마로의 디자인도 매력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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