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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함정' 딜레마…쌓이는 캐스퍼, 속타는 현대차

GGM 캐스퍼 올해 4만5000대 생산 목표
판매부진...이달 가장 많은 캐스퍼 생산
캐스퍼 등 경차 시장도 침체...8.8% 감소

입력 2023-10-19 06:04 | 신문게재 2023-10-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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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캐스퍼.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재고가 쌓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캐스퍼’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출시 3년 만에 캐스퍼 누적 생산 ‘10만대 돌파’라며 화려한 잔치를 열었지만, 속내는 까맣게 타고 있다는 후문이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경형 SUV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기 위해 출시한 캐스퍼는 현재 재고 물량이 수천대에 달한다. 캐스퍼 재고가 쌓이면서 현대차가 처치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게 현대차 영업사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문제는 재고가 쌓여도 현대차가 생산량을 줄일 수 없는 구조다. 직접 생산 차량은 현대차가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 조절이 가능지만, 캐스퍼는 현대차가 위탁 생산한다는 맹점이 있다.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은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해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생산량을 줄이면 GGM 근로자의 임금 감소, 지자체 민원 폭주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캐스퍼 재고가 쌓이고 있지만, GGM은 생산계획을 거꾸로 가져가고 있다. 이달 GGM의 공장 가동률 목표는 98%에 달한다. 게다가 이달 월간 기준 올해 가장 많은 4500대 생산을 위해 연장근무 10회, 생산특근 2회 등 추가 근무까지 계획했다. 사실상 공장을 풀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1~9월까지 캐스퍼의 누적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대가량 늘어난 3만6700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GGM은 올해 캐스퍼 4만5000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지자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데다 제조업 특성상 근로자들이 시급제로 임금을 받아가는 구조여서 현대차가 판매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캐스퍼가 재고난에 휩싸이면서 현대차가 ‘재고의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캐스퍼 판매량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3만2081대에 그친다. 판매는 줄었는데 생산량이 늘어나니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4만8000대의 캐스퍼가 판매됐지만 생산량은 이보다 2000대 많은 5만대로 파악됐다. 현대차의 한 영업사원은 “캐스퍼 재고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경차 시장 자체도 침체에 빠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경차의 신차 등록 대수는 작년보다 8.8% 감소한 9만1732대에 머물렀다. 27.5% 증가한 준대형차를 비롯해 소형 15.6%, 중형 7.9%, 준중형 1.3% 등 대체로 신차등록대수가 증가했지만 경차는 나 홀로 후퇴했다.

캐스퍼의 경우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예쁜 디자인이 인기를 끌며 월간 5000대 넘게 팔렸지만 경차 치곤 2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 탓에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단 분석이다. 현대차는 작년 연말 캐스퍼 재고 차량을 처리하기 위해 할인 판매에도 나섰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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