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만금 7000배 수익 뻥튀기’ 재발 막는다…정부, 해상풍력 실태파악 본격 착수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2.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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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교수, 中자본에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 넘긴 의혹
정부 “풍황 데이터 거래 현황 등 파악해 관리 강화할 것”
‘질서 있는 해상풍력 보급 방안 마련’ 정책연구용역 발주
해상풍력 난개발 따른 어민들과 충돌도 정부 나선 배경

최근 전북대의 한 교수가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권을 중국 자본에 넘겼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정부가 전(前) 정권 시절 무분별한 해상풍력 인허가로 한반도 바다 곳곳에 꽂혀 있는 풍황계측기(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 전 경제성을 측정하는 장비) 실태 파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해상풍력 확대 노력을 이어가겠으나 과도한 보급 속도전과 설비 난립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첫걸음으로 풍황계측기 설치 방식과 풍황 데이터 거래 현황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인허가·관리 강화 방안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바다 위에서 해상풍력 발전용 터빈이 작동하고 있다. / 조선 DB

◇ 풍황계측기 관리 강화 방안 연구용역 발주

16일 정부와 학계,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풍황계측기 관리 강화 등 질서 있는 해상풍력 보급 방안 마련’에 관한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풍황계측기 설치 실태와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의 계측기 설치·운영 방법, 풍황 데이터 거래 현황·방식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해상풍력 선도국이 민간 사업자에게 풍황 계측 관련 제도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도 살필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풍황계측기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풍황계측기 설치 인허가에 관한 심사 강화 방안, 발전 사업 허가 가능성이 낮거나 실제 사업 이행 가능성이 높지 않은 풍황계측기에 관한 관리 강화 방안 등을 만든다.

풍황계측기는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에 앞서 사업의 경제성을 측정하는 장비다. 발전기를 세우려는 해역의 바람이 어디로 얼마나 부는지를 측정해 사업성을 따지는 역할을 한다. 사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계측기를 중심으로 80㎢ 내에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시절이던 2021년 2월 5일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 ‘전북대 S교수’ 사건 이후 제도 재정비 요구 봇물

문제는 재생에너지 육성에 주력한 문재인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 인허가를 남발하면서 연안 곳곳에 풍황계측기가 난립했다는 점이다. 관리보다는 보급에 방점을 찍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다. 대표적으로 풍황계측기만 설치해 매매하는 계측기 선점이 만연했고, 이로 인해 과다한 선점 프리미엄이 발생했다.

해상풍력 난립의 부작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건 전북대 S교수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S교수는 자신이 최대주주인 해양에너지기술원을 통해 2015년 산업부로부터 풍력발전 사업을 허가받은 새만금 해상풍력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S교수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더지오디’로 사업권을 양도한 뒤 이를 다시 태국계 회사 ‘조도풍력발전’에 넘겨 72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도풍력발전은 중국계 자본이 지분 100%를 가진 업체다. 정부는 S교수 관련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때까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이달 11일 “더지오디가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재원 조달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고, 사전 개발비를 부풀려 제출했으며, 사업 지연이 반복되면서 전력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며 양수 허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S교수 사건이 알려진 후 정부 안팎에서는 “해상풍력 인허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가 이번에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배경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제로 발전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사업권만 선점해 계측기와 데이터를 팔아먹는 가짜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런 행태가 극히 일부인지 아니면 만연한 것인지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경남 남해·사천·고성 어업인들이 2022년 2월 25일 남해 인근 해역에서 어선 200여척을 동원해 해상풍력 사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스1

◇ 조업구역 잃은 어민과 충돌도 고려

해상풍력 난개발이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민들과의 잦은 충돌로 이어진다는 점도 정부가 해상풍력 실태 파악에 착수한 배경 중 하나다. 해상풍력단지 안에서는 어업 활동이 금지‧제한된다. 수협중앙회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 12기가와트(GW) 생산이 가능한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어민들은 여의도 면적의 1000배에 달하는 2800㎢ 해역을 잃게 된다.

지난해에는 인천 앞바다에 들어설 일부 풍력단지의 좌표가 백령도 주민과 군이 유사시 이용해야 할 ‘안전항로’와 겹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상풍력 설비는 사유지가 아닌 공유 수면에 설치한다”며 “사업자가 계측기를 꽂은 위치가 뱃길일 수도 있고 군사 관련 지역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산업부는 11월 3일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1차 회의에서 발표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통해서도 “급격한 보급 확대 위주의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비용 효율성이 낮고 주민 수용성이 악화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수월한 허가 기준에 따른 사업자 간 선점 경쟁으로 풍황계측기가 난립하고, 계측기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발생했다”며 “발전사업 허가 확대 과정에서 사업자 간 분쟁, 어민 반발도 확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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