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9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산 태양광 셀의 국내 보급량은 74만3397㎾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보급량(109만3279㎾)의 68%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수년 새 빨라지고 있다. 국내 태양광 셀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2017년 45.2%에서 2018년 31.8%, 2019년 33.5%로 떨어졌다가 2020년 65.2%로 급증했다. 이후 2021년 59.3%, 2022년 53.8%를 기록했다가 올해 급격히 치솟은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등락을 반복하긴 했으나 추세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태양광 부품업계에서는 셀 뿐 아니라 모듈 시장도 중국산이 판을 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서는 올해 말이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60%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비중이 31.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싹쓸이에 가깝다.

중국산 점유율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국산 부품을 쓸 유인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중소 태양광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과 경쟁을 하려면 정부 보조금이 필수인데 한국은 이러한 지원이 전무하다”며 “제품 단가에서 중국산에 밀리다 보니 오랜 기간 자체 개발해온 관련 기술들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태양광 시장이 최근 수년 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자국산 제품 우대를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외국산 제품을 차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잇따른 반대 의견 탓에 해상풍력발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산 부품비율(LCR)이 50% 이상일 때 제공하던 인센티브를 폐지한 바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태양광 뿐 아니라 전기버스와 드론, 서비스로봇 등 미래 유망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반도체·석유화학·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렸다면, 새 먹거리로 떠오른 유망 산업에서는 중국과 주도권을 두고 경합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산업에서) 급속도로 성장했고,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한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고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기술력”이라며 “정부가 기술 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