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늘 수밖에 없는 태양광 설비… 속은 온통 중국산이네

세종=전준범 기자 2023. 8. 23.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가공세 펼친 중국 태양광
한국서 셀·모듈 등 부품 장악
친원전 尹정부도 신재생 비중
2036년 31%까지 늘릴 방침
“이대로면 중국 기업만 이득”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설비가 용량 기준으로는 이미 원전을 넘어섰지만, 전지(셀)·모듈 등 설비를 이루는 주요 부품 상당수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오랜 기간 저가 공세를 벌여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석권했다.

국내 태양광 설비는 원전 생태계 회복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 로드맵에 의해서다. 중국산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인 지금 같은 여건에서는 한국 태양광 시장이 커질수록 중국 기업만 이득을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사업 허가 시 국산 부품을 택한 사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정부가 국산 부품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작년 6월 32% 수준이던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 시장 비중이 올해 말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의 한 주택 지붕에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다. / 뉴스1

◇ 중국, 저가 공세로 韓 태양광 시장 접수

23일 한국에너지공단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은 109만3279킬로와트(kW)다. 이 가운데 중국산 셀은 74만3397kW로 전체 보급량의 약 70%에 달한다. 태양광 셀은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다.

셀뿐 아니라 셀을 전지판 형태로 가공해 배열한 모듈도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태양광 모듈 비중은 2017년 29%에서 지난해 6월 32%로 3%포인트(p) 확대했다. 반면 국내산 모듈 비중은 같은 기간 73%에서 68%로 5%p 위축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올해 말이면 중국산 모듈 비중이 6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산이 국내 태양광 부품 시장 지분을 빠르게 늘려갈 수 있는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정부 차원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과 물량 공세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8할 이상을 장악했다. 통상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데, 이 모든 단계를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한화큐셀 등 일부 대기업이 선방할 뿐 중소 제조사들은 중국에 밀려 고전 중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중국산 부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데 굳이 더 비싼 국산 부품을 쓸 이유가 없다. 충청권의 한 태양광 발전소 관계자는 “반드시 (국산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순위를 가성비에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36년 30.6%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태양광 패널이 가구마다 설치돼 있다. / 뉴스1

◇ 13년 후 신재생 비중 31%… 중국만 좋은 일?

한국 정부는 국산 태양광 부품 업계에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자국산 제품 우대를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신재생 과속에 제동을 걸고 에너지 정책의 방점을 원전 생태계 회복에 뒀다는 사실도 국내 태양광 업계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배경으로 꼽힌다.

문제는 현 정부 기조와는 별개로 이미 국내에 태양광 발전 설비가 많이 깔렸고, 앞으로도 계속 깔릴 것이란 점이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성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7.5% 수준인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36년 30.6%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말 17.5기가와트(GW)에서 올해 6월 말 27GW로 9.5GW 늘었다. 불과 2년 반 사이에 원전 10기 용량에 해당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증가한 것이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만 보면 태양광 발전은 이미 전체 원전 용량(24.65GW)을 넘어섰다. 가격 경쟁력이 점유율의 핵심인 현 구조에서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태양광 시장에서 재미를 보는 건 중국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산 부품을 많이 쓴 태양광 사업자에게 사업 우선권을 주는 식으로 정부가 측면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수소발전 경쟁입찰에서 두산퓨얼셀 전지를 택한 사업자가 대거 뽑혔는데, 두산이 국산화율로 대표되는 ‘산업·경제 기여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이라며 “태양광 발전 입찰에도 이런 평가 항목을 넣으면 국산 부품 사용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