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상풍력사가 부산 기업 발굴 나선 이유? 핵심은 '윈윈'

부산=권다희 기자 2023. 11. 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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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우진 코리오제너레이션 한국 총괄대표
최우진 코리오제너레이션 한국 총괄대표/사진제공=코리오제너레이션

"해상풍력 사업에서 해당 지역 기업과 일 하는 건 지역에 기여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그게 우리의 사업 건설과 운영에도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공급망 로드쇼를 개최한 영국계 해상풍력 개발사 코리오제너레이션(이하 코리오)의 최우진 한국 총괄대표는 로드쇼가 열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지역 기업 대상 첫 로드쇼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운영하려면 부품만 수천 개가 들어가고 이를 만들 수백개의 공급망 기업들이 필요하다"며 "코리오가 영국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해 오면서 해당 지역의 기업들과 적극 협력한 이유는 단순히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니까 지역 기업을 써야지' 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 기업과 일 하는 게 우리에게도 좋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풍력단지 건설의 경우,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지역 기업들이 엔지니어링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해당 지역에 더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인근 주민에 미치는 영향도 타지에서 온 기업 보다 그 지역 내에 있는 업체들의 이해도가 더 높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 단지 건설을 할 때 이 지역 어업·양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은 교과서를 보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 있어서 개발 할 때 지역 업체의 참여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약 25년에 달하는 해상풍력 단지 관리 운영 기간 동안 발전기 수리나 정비가 필요할 때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유지보수(O&M) 기업들이 대응하는 게 사업자 입장에서 유리하다. 코리오가 부산 지역에서 공급망 기업 대상 설명회와 입찰을 착공 직전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시점에 잡은 배경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한국에서 아직 신사업이라 기존 기업 중 '해상풍력에 특화된 기업'으로 부를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부산·경남 지역에 이미 자리 잡은 조선·해양 기자재 및 각종 부품 기업들은 기존의 업을 크게 바꾸지 않고 해상풍력 사업 공급망 역할을 할 수 있다. 최 대 표는 "이 기업들이 기존의 업을 해상풍력 사업 공급망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존 기업들이 해상풍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같이 찾도록 하는 게 우리의 사업 개발에서 중요한 절차"라 했다.

25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연 해상풍력 공급망 간담회 모습/사진제공=코리오제너레이션


이런 이유로 코리오는 부산 지역에서 공급망 로드쇼를 최소 반기에 한 번 이상 주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이번 첫 부산 로드쇼에 60여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는데, 더 많은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네트워크가 코리오에게도 필요하다고 여겨서다. 동시에 한국 기자재 기업 중 해상풍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곳들을 대만, 베트남, 영국, 아일랜드,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등 코리오가 추진 중인 사업에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부산 인근 지역 기업들의 수출 기회를 만들면서 코리오의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석이조'가 가능하다.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하면 이런 '윈윈'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상 지역 경제에 환류되는 효과가 상당해서다. 해상풍력 단지 건설이 요구하는 다양한 공급망, 25년 이상의 유지·보수 수요 등은 필연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컨설팅사 QBIS가 지난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경우 1기가와트(GW) 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될 때 1만4600명의 장단기 고용이 창출됐다.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지역 기자재 기업들의 설비 투자 등이 뒤따르며 제조업 기반이 넓어지고 관련한 고용이 늘어난다. 해상풍력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특수 목적의 항만 서비스와 O&M도 일자리 창출의 주요 축이다.

산학협력을 통해 해상풍력 인력을 교육하고 채용하는 모델은 이미 가동 중이다. 코리오는 부산지역 대학들과 연계 해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 단지 운영은 20~30년 동안 이뤄지는데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분야의 숙련된 젊은 엔지니어들은 매우 부족하다"며 "엔지니어링적인 측면 외에 환경공학 등의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 인력을 육성해 사업장에 채용하는 걸 영국 등에서 많이 해 왔고, 이제 부산에서도 가급적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인력을 채용하는 이런 모델을 적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해상풍력 입지로서 부산 지역의 강점으로는 꾸준한 바람 등 적절한 풍황과 함께 전력 수요, 그리드(전력망)·배후항만 등 인프라 마련이 유리한 환경을 꼽았다. 코리오는 부산에서 해운대구 인근 청사포(40MW), 서부산 지역 다대포(96MW) 프로젝트에 대한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각각 진행 중이며, 기장 해상풍력(208MW)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산지역에서는 해상풍력이 현실적으로 유일하게 대규모로 가동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라며 "해상풍력 사업을 좀 더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리오제너레이션
2012년 영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부문 자원 조달을 위해 설립한 녹색투자은행(GIB)이 2017년 전세계 재생에너지 보급 및 민영화를 추진하며 녹색투자그룹(GIG)로 상호를 변경. 이후 2022년 GIG가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코리오제너레이션을 설립. 영국 해상풍력 사업의 50% 이상이 GIG의 자금으로 추진 됐으며, 코리오는 현재 영국 외 한국, 대만, 일본, 호주, 아일랜드 등 전세계 9개 지역에서 30GW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개발 중이다.

부산=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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