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터빈은 한파에 취약하다? [FACT IN 뉴스]

유태영 2021. 3.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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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미국 텍사스주에 몰아친 이상한파와 눈폭풍은 400만가구의 정전 사태를 빚었다.

공화당 인사들이 "텍사스 전력망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풍력·태양광 발전이 날씨 때문에 차단돼 주 전역을 전력 부족 상태로 몰아넣었다"(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얼어붙은 풍력 터빈이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이다. 이번처럼 기상 조건이 악화하면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는 정작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다"(댄 크렌쇼 연방 하원의원)고 주장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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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정전사태 살펴보니.. 대체로 사실 아님
방한 시설 갖추면 영하 30도에도 작동
재생에너지, 직접적 원인 지적은 과장
천연가스 설비 얼어버린 게 주요 원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중순 미국 텍사스주에 몰아친 이상한파와 눈폭풍은 400만가구의 정전 사태를 빚었다. 불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야심 차게 공약한 ‘그린뉴딜’에까지 튀었다. 공화당 인사들이 “텍사스 전력망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풍력·태양광 발전이 날씨 때문에 차단돼 주 전역을 전력 부족 상태로 몰아넣었다”(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얼어붙은 풍력 터빈이 정전 사태의 주요 원인이다. 이번처럼 기상 조건이 악화하면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는 정작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다”(댄 크렌쇼 연방 하원의원)고 주장하면서다.

◆재생에너지가 정전 사태를 일으켰나 → 대체로 사실 아님

풍력 터빈 동결이 정전 사태에 ‘부분적’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직접적인’ 혹은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지적은 과장이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관리하는 ‘텍사스 전기계통 신뢰도 위원회’(ERCOT)의 댄 우드핀 선임이사는 브리핑에서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량이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ERCOT에 따르면 텍사스의 연간 발전 비중은 태양광이 3.8%, 풍력이 24.8%(겨울철은 약 10%)다. 천연가스가 51%로 가장 많고, 석탄은 13.4%, 원자력은 4.9%다.

ERCOT는 올겨울 전력 피크시간대 풍력발전량을 7070㎿로 예상했는데, 한파 이후 4415∼8087㎿가 생산됐다. 반면 2월15일 오전 가스·석탄화력과 원자력 발전은 3만㎿의 전력 부족을 초래했다. 가스관 등 천연가스 설비가 얼어버린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다. 텍사스는 연방 규제를 피하려고 독자적 전력망을 운용해 다른 주와 전기를 주고받을 수 없는데, 이번 같은 긴급 상황에서 그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풍력 터빈은 한파에 취약한가 → 대체로 사실 아님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한술 더 떠 “녹색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정전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는 다른 에너지원도 이번 한파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무시한 발언이다.
풍력 터빈은 적절한 방한 조치를 취하면 혹한에도 작동한다. 미 에너지정보청 등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의 풍력 의존율은 2019년 기준 42%로 텍사스보다 크고 겨울도 더 춥지만 대규모 정전 사태는 없었다. 방수 코팅 및 보온·제빙 장치를 갖춘 북극권의 풍력 터빈은 영하 30도 기온에서도 작동한다. 그러나 텍사스주는 1989년과 2011년 한파 이후 혹한에 대비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권고를 무시했다. 반면 발전소 월동준비를 잘한 엘파소는 주내 다른 지역과 달리 몇분간 최소한의 정전만 겪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조슈아 로즈 텍사스대 연구원은 NBC방송에 “과학은 앞으로 날씨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며 “텍사스에서는 더 덥고 건조한 여름을 떠올리겠지만, 그 반대 역시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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