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맘대로 멈췄다 돌렸다..멍든 제주풍력

오찬종 입력 2021. 3. 5. 17:21 수정 2021. 3. 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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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력거래소 감사서 지적
풍력발전 제어 업무 느는데도
관제사가 임의로 중단 결정
발전소만 수십억 피해 떠안아
지난해에만 가동이 77회 중지되면서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제주 풍력발전이 내부 감사 결과 부실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프로토콜 없이 관제사가 개인 엑셀 파일로 관리하며 임의로 발전소를 중단시켰다. 감사실은 이 같은 운영이 오류를 일으키거나 신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력거래소 제주본부가 최근 이 같은 내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전력거래소는 제주도 풍력발전에 대한 강제 제어를 총 77회 실시했다. 강제 제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 전력계통에 과부하가 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실시하는 조치다.

감사실은 "신재생설비 증가에 따른 풍력발전 제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에도 출력 제어량 산정을 수동으로 하고 있다"면서 "오류가 발생하고, 관제사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측은 "발전소별 설비 용량과 비례해 중단 규모를 정한다는 기준으로 강제 제어 횟수와 용량을 정해왔다"면서 "발전제약 결과를 풍력발전사업자와 공유하여 검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제 제어로 지난해 발전사들이 입은 손실은 수십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이에 따른 마땅한 보상 제도가 없어 발전사들은 아무런 구제 방안 없이 출력 제한을 강요 받고 있다. 감사실은 "공정성·투명성 확보로 민원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풍력발전 출력 제어량 산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개선을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강제 제어가 제주도 지역 전기 생산이 풍부해서 벌어지는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가 지난해 사용한 전기의 30%는 육지에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조달해왔다. 신재생에너지가 과잉 공급일 때는 과부하 문제를 초래하고 정작 필요할 때는 전기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청개구리가 된 셈이다.

정부는 이처럼 제주도 풍력발전 제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육지 간 해저 케이블(HVDC·고압직류송전) 2개 라인을 통해 제주도 내 잉여 전력을 육지로 보내기로 했다. 기존에는 육지에서 제주도로만 전력을 보냈지만 역전송 능력을 확보해 반대로 송전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2022년 말 제주~육지 간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 양방향 전송이 가능한 세 번째 해저 케이블이 준공되면 도내 재생에너지 수용량이 400㎿ 추가된다.

하지만 이 같은 육지 배출구 마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신재생 과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풍력발전 제어는 현 정권이 들어선 2017년엔 14회를 기록했지만 2019년 46회로 치솟더니 3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버려지는 전기량도 3년 새 1.9GWh 수준으로 15배 늘었다.

과공급 에너지를 모두 내보낼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이를 받아야 하는 육지에서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에너지연구원은 해저 케이블을 통한 육송 방식에 대해 "전라남도 지역의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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