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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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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력수급난 심화...섣부른 에너지전환 도마위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23 13:37
해상풍력

▲해상풍력(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이른바 ‘에너지 전환’를 둘러싼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탈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자 유럽 전력 도매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중국의 경우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찬 기후변화 대응으로 전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섣부른 에너지 전환에 따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의 벤치마크 천연가스 가격이 250% 이상 급등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유럽 경기가 올해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요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이례적인 한파가 봄까지 지속되자 천연가스 비축량은 빠르게 감소했다. 그러나 공급은 원활하지 않았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천연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다음달까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아시아와의 천연가스 수출 경쟁,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미국 천연가스 생산 축소,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 등이 공급을 축소케 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부진한 유럽 풍력발전이 천연가스 수요를 가중시킨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은 전력 발전의 16%를 풍력에 의존하고 영국의 경우 풍력이 발전 비중의 24% 가량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수주일 동안 북해에 부는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풍력발전량이 줄어들자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석탄발전을 늘렸겠지만 각국이 탄소중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마저 여의치 않다. 영국은 2025년부터 석탄발전소 퇴출을 선언한 상태다.

화석연료를 태우는데 필요한 탄소배출권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석탄발전소의 재가동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말 사상 최초로 톤당 60유로를 돌파하는 등 연초 대비 두 배 가량 뛰었다.

이로 인해 영국 전력가격은 지난 13일 메가와트시 당 540파운드(약 88만원)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 이후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지난 20일 기준 메가와트시 당 291.18유로(40만원)를 기록하는 등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지에서도 150∼160유로(약 21∼22만원) 안팎의 도매가가 형성돼 있다.

석탄

▲석탄(사진=픽사베이)


석탄 강국인 중국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 기원 논란에서 시작된 호주와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는데 발전용 석탄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석탄대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석탄 가격은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석탄 벤치마크 가격은 지난 10일 톤당 177.50달러로 연초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1년 전에는 50달러에 불과했다"며 "역대 최고가인 2008년 7월의 180달러 중반대까지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유럽 에너지 시장의 대혼란과 같은 리스크에 처해있다"며 "현지 매체들은 석탄발전소들이 올 겨울 가동을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시진핑 주석의 야심찬 기후 목표 때문에 석탄 채굴이 위축되고 있다"며 "일부 발전 업체들은 석탄 재고가 일주일치 밖에 남지 않는 등 비축량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21일 유엔총회에서 해외에서 새로운 석탄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건설하지 않겠다며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에너지 전환이 이같은 현상을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모하메드 바킨도 사무총장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재생에너지 추진에 따른 ‘전환 프리미엄’"이라고 지적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 역시 "유럽과 중국 등의 사태를 보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독립을 이루기엔 한참 멀었다"며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에너지 전환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Eni)의 클라우디오 데칼지 최고경영자(CEO)는 "청저에너지를 향한 유럽의 움직임은 올바른 일이 맞지만 순서가 뒤바꼈다"며 "수요를 줄이지 않고는 공급을 줄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두고 "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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