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브뤼셀 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출처=미국 재무부 공식 트위터 갈무리
17일(현지시간) 브뤼셀 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출처=미국 재무부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축발된 고유가 현상이 두 달 이상 지속 중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이 더욱 가파르게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고위관리들이 서방국가들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가속화하고 공급망을 '친선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이날 브뤼셀 경제포럼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유럽의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노출시킨 이번 러·우 전쟁이 “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미래로의 글로벌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각성 촉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옐런 장관은 “바람과 태양을 통제하는 나라는 없다. 세계 경제가 화석 연료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적대적인 행동에 볼모로 잡혀 있는 마지막이 되도록 하자. 만약 우리가 접근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일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이웃 국가들에 대한 계속되는 공격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자금 조달과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여러 차례 제재를 가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였다.

발디스 돔브로브키스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포럼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러시아의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없애면서 빠르게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녹색 전환의 가속화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의 공급처를 다양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돔브로브키스 위원은 위원회가 18일에 공개할 RePower EU 계획에서 27개국의 블록이 에너지 전환을 수행하는 방법과 자금 조달에 대한 세부 사항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공격성은 정신을 집중시키고 우리가 화석 연료에서 더 빨리 멀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유로뉴스는 보도했다. 

EU는 2050년까지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2030년까지 55%의 배출 감축 목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3월 초 전후로 각각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1일 64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50% 이상 급등한 셈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석유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월 전망 보고서'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를 배럴당 101.17달러로 제시하면서 올해 내내 100달러 이상 고유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고유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7일 ‘2022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위험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의 생산량 부족 등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WTI 기준인 국제유가가 올해 연간 1배럴당 97.68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67.98달러)보다 30달러 가까이 급등한 수준이다. 연구원 측은 내년 국제유가도 평균 83.26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국내에서도 석유 이외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2만3070대로 집계된다. 신규 등록된 승용차를 연료별로 살펴보면 가솔린차 9879대(42.8%), 하이브리드차 7917대(34.3%),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1185대(5.1%), 순수 전기차 1575대(6.8%), 디젤차 2514대(10.9%)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달 들어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가 내연기관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순수 전기차를 합친 전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만677대로 가솔린차보다 많았다. 업계에서는 세계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다양한 전동화 모델이 나오는데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도 이미 탈석유 시대에 대비한 가스·화학산업 진출 등 타 분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업체는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정유업계가 이처럼 호실적을 낸 것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 이익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 덕분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석유사업에서 번 돈을 탈석유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사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선언하고 계열사별로 이를 실천해 가고 있다. 최대 사업인 배터리를 맡고 있는 SK온은 현재 연 40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50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통 10GWh 규모에 1조원가량이 소요된다.

GS칼텍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연 5만톤(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모색할 예정이며, 100만t 규모까지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주유소를 활용한 에너지플랫폼 사업, 바이오매스 및 미생물을 활용한 2,3-부탄다이올(2,3-BDO) 사업,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착공에 들어가고 2023년 상반기 상업가동이 목표인 연 15만t 규모의 초임계 바이오디젤 사업, 폐플라스틱 재처리 사업, 블루수소 사업을 신사업으로 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모회사인 아람코와 함께 샤힌 프로젝트 외에도 수소분야 전 밸류체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와 화이트 바이오 사업 등을 미래 신사업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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