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3㎿급 풍력발전기.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3㎿급 풍력발전기.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이코리아] 북유럽 발트해와 접경한 8개국이 오는 2030년까지 해상 풍력 에너지 발전량을 7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오후 코펜하겐에서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스웨덴 측과 논의를 마친 뒤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20GW(기가와트)의 해상 풍력 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기로 했다”며 “20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고, 오늘날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생산하는 해상풍력에너지의 2배”라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발트해 8개국은 2050년까지 발트해의 풍력 에너지 용량이 93GW로 증가할 수 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발트해 국가였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키며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바람에 모두 알다시피 유럽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함께 에너지 위기 직전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르술라 판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녹색 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해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화석 연료로 우리를 협박하려는 푸틴의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판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올해 안에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고, 2030년에는 완전히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비중을 40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속하게 오르면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증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신재생에너지 업데이트에서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의 증설이 요구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풍력발전은 우리나라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핵심 에너지원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풍력발전은 특히 소규모 발전소가 많은 태양광과 달리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중심으로 공동접속설비를 구축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계통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낮에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과 달리 24시간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태양광의 간헐성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해상풍력 발전은 어떤 상황일까.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지난 8일 풍력 발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 관련 내용이 담긴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예고했다. 

현재 태양광에만 적용하고 있는 고정가격입찰제를 풍력에도 실시하기 위한 규칙 개정안이다. 이달 17일까지 입안예고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준비 기간을 거쳐 연내에 첫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풍력시장 올해부터 본격 성장 예상. 자료=유진투자증권 
국내 풍력시장 올해부터 본격 성장 예상. 자료=유진투자증권 

고정가격입찰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경쟁 입찰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사와 20년 간 고정된 가격으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게 해주는 제도다. 업계에선 국내 태양광 연간 설치량이 4기가와트까지 성장한 배경으로 고경가격입찰제를 꼽았다. REC 가격이 고정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전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고정가격입찰제도의 낙찰 조건 항목은 ▲입찰 가격(60%) ▲산업·경제효과(20%) ▲주민 수용성(10%), ▲국내사업실적(4%) ▲계통수용성(4%) ▲사업진행도(2%)로 구성된다. 이 중 산업·경제효과는 국내 산업 생태계 기여도와 혁신역량 제고, 국내 투자 및 고용창출을 위한 항목이다. 이는 풍력 육성 국가 대부분이 채택 중인 제도로, 국내 업체들을 이용해 풍력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자들이 낙찰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선정사업자는 계약체결일로부터 24개월(해상풍력은 36개월) 이내에 사용전검사를 완료해야 한다. 이에 해상풍력의 긴 개발기간을 고려 시 사용전검사 완료 기한이 다소 짧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풍력업계는 원자재가격과 운송비용 등 급증한 개발비용을 고려해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입찰 상한가격이 상당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풍력은 단지의 규모도 크고 준비부터 최종 완공까지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SMP, REC, 원자재 가격 등의 변동성이 크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신규 풍력 설치량은 약 93.6GW, 누적 풍력 설치량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837GW 규모다. 반면, 한국은 누적 설치량이 육상풍력 1.6GW, 해상풍력은 0.1GW에 머무르며 주요 풍력발전 국가들 중 최하위권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준공된 풍력발전은 77.7MW(메가와트)에 불과해 사실상 시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기준 총 16.5GW의 풍력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정부는 2034년까지 전체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발전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주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의 정책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면서 “2016년 고정가격입찰제가 도입된 후 급성장한 태양광 시장처럼 풍력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시스템(터빈)을 제조업 관련 회사로는 두산에너빌리티, 유니슨, 효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등이 있다. 민간 발전사 중에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명에너지가 있다. 

타워, 베어링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거나 풍력단지 건설사업을 하는 기업으로는 씨에스윈드, 삼강엠앤티, 동국S&C 등이 꼽힌다.

업계에선 연내 풍력발전에도 고정가격을 적용하기로 한 만큼 국내 풍력 설치량이 연간 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사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환경영향평가까지 완료해서 언제든지 건설이 가능한 육상·해상풍력 단지만 약 1GW에 달한다. 또 전기 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단지는 약 17GW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간 고정가격을 정부가 보장해주면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확정돼 금융조달이 손쉬워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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