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상도시 건설시장 선점 나서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통해 해상풍력 사업 본격화
“해수면 상승·탄소중립 대안···시장 잠재력 무궁무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가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바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부유식 인프라 건설 전문가를 영입하며 해상도시 건설시장 선점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를 통해 해상풍력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상 공간 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일본 오사카대학과 규슈대학에서 36년간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가시와기 마사시 명예교수를 기술자문역으로 영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시와기 교수는 해양항만기술 강국인 일본의 조선해양공학회 회장을 역임한 세계 최고 조선해양공학 석학이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부유식 구조물 연구를 진행해 왔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도쿄만에 거대 해상도시 건설을 위한 메가 플로트(MEGA-FLOAT)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시와기 교수는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해 설계·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건설이 주목한 부유식 인프라는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최근 해수면 상승 위기 극복과 해양환경 보존, 해양공간 개발 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부유식 인프라 기술을 활용한 해상도시 건설을 기획하고 있다. 670조 규모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엔 해상 부유식 첨단산업단지 ‘옥사곤’이 들어선다. 옥사곤은 전 세계 물동량의 13%가 통과하는 수에즈 운하에 인접한 해상 산업단지로 폭이 7km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구조물로 지어진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 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 사진=국토교통부

국내에선 부산이 부유식 인프라와 해상도시 건설을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2030 세계박람회’(World EXPO) 유치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매리식과 부유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식식 플로팅 해상공항안을 추진 중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은 매립식으로 짓고, 활주로와 계류장은 부유식으로 지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부산시는 미국 해상도시 사업 시행사인 ‘오셔닉스’와 부산 북항 앞바다에 세계 최초 해상도시인 ‘오셔닉스 부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오셔닉스 부산은 바다 위에 물에 뜨는 모듈을 연결해 에너지, 물,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일종의 수상도시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한 해상 부유식 플랫폼 3개, 전체 6.3㏊ 규모로 설계해 1만2000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를 통해 해상풍력 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해양풍력 구조물 전문업체인 삼강엠앤티는 지난 31일 공시를 통해 사명을 ‘SK오션플랜트’(SK oceanplant)로 변경하고, 사업 영역을 부유식 해상풍력과 해상변전소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오션플랜트는 ‘바다’를 의미하는 ‘오션(ocean)’에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를 합성한 용어다.

삼강엠앤티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 사진=SK에코플랜트
SK오션플랜트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 사진=SK에코플랜트

SK오션플랜트는 해상 풍력 발전기를 해저 바닥에 고정시키는 하부 구조물 생산을 주력으로 해왔다. 2021년 SK그룹이 인수해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SK오션플랜트는 앞으로 해상풍력 발전기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설비와 해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상으로 보내는 데 필요한 해상 변전소 등 해상풍력 전반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SK오션플랜트는 이미 지난달 국내 최초로 일본에 해상 풍력 발전기 기자재를 수출했다. 이번 수출을 계기로 일본 해상풍력 시장 선점이 기대된다. 일본은 2040년까지 약 45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8WM급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단가는 40억~50억원 수준이다. 계획대로 보급할 경우 최대 28조원 규모 시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의 해상풍력 분야 투자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의 걸림돌인 산림 훼손이나 소음으로 인한 반발 등에서 자유로워 탄소중립 시나리오 실현을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신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육상풍력 신규 발전용량 증가율은 15.7%지만, 해상풍력의 증가율은 113.4%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 시장 전망도 밝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시장인 영국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그린딜 예산집행과 탄소감축 목표 상향에 따라 해상풍력발전 건설시장을 잇따라 개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지분투자나 사업 운영권 등을 통해 새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RCG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규모는 연평균 13% 성장, 2040년에는 약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이 탄소감축의 핵심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ESG 경영 기조와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해상풍력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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