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기업 잇따른 RE100 선언...글로벌 기업 되려면 동참해야
재생에너지 증감률 12.6%...비중은 전체 4.2% 불과
정부, 원전 포함한 CF100에 무게...우물 안 개구리 우려
태양광 발전소. / 연합뉴스.
태양광 발전소.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기점으로,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씨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전 세계가 열을 올리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을 골자로, 친환경부터 에너지 전환까지, ESG 관련 다양한 법안과 규제가 기업들을 단속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거나 시행 예정인 규제 여섯 가지를 확인하고, 각 나라와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인플레이션감축법(IRA) ②탄소국경조정제도(CBAM) ③리파워EU ④RE100 ⑤배출권거래제(ETS) ⑥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세계 시장에 발맞춰 RE100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수출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인 만큼, RE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생산 조건이 열악하고 정부 정책의 난맥상 등 국내 여건들을 고려할 때 RE100 달성이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가 RE100 대신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CF100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고심 중이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리더십 이니셔티브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됐다. 가입한 기업은 2050년까지 기존 소비 전력을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2030년 60%, 2040년 90%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애플, TSMC, 인텔 등 전 세계 약 371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7곳이 RE100을 선언했다. 

2022년 11월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찍은 애플 매점 정문 위 로고 모습. / 연합뉴스
2022년 11월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찍은 애플 매점 정문 위 로고 모습. /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비중 4.2% 불과...국내 기업 약 38%,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받아
RE100 가입을 시작으로 각 나라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미국에서는 13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발전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2021년 상반기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평균 33%이다. 덴마크가 가장 높은 77%를 기록했다. 캐나다(71%), 독일(43%), 프랑스(25%), 일본(22%)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표한 202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확정치(2022년 공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재생에너지는 12.6%의 증감률을 보였다. 그러나 1차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따진다면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1차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4.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의 지형적 특성과 한계로 재생에너지 생산과 활용이 떨어지는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좁은 국토면적과 높은 인구밀도, 수력·바이오 등의 잠재량 제한, 태양광·풍력에 불리한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여기에 타 규제들과 달리 RE100은 강제성이 없는, 가입한 기업들에 한해 실천하는 자율규제라는 점도 한몫한다. 다만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공급망에도 RE100 준수를 압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28.8%, 중견기업 9.5%가 글로벌 수요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  

일례로 애플은 공급망에 2030년까지 탈탄소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주요 제조협력업체가 생산 공정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등 탈탄소화를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평가해 매년 진척도를 추적할 계획이다. 2021년 애플 공급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공급 지역 기준으로 23곳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이 대게 포함됐다. 

◆ "韓 수출 40%까지 줄어들 가능성 있어"...SK하이닉스·삼성전자 "정부 지원 필요"
매들린 픽업 더 클라이밋 그룹 RE100 매니저는 한 컨퍼런스에서 "한국이 이런 기조에 따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한국의 주요 수출 사업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기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픽업 매니저는 한국 정부에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고, 기업들의 직접 PPA(전력구매계약)에 장애물을 걷어내고 접근성을 강화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 제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역시 RE100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RE100 선언을 하거나 준비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현실성이 낮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압박에 재생에너지를 100% 써야하는 상황에 놓여있어 힘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국내 최초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의 박민철 부사장은 한 컨퍼런스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에너지 소비가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넘어선 상황"이며 "기업들의 RE100 합류로 당분간 재생에너지가 부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호송 삼성전자 상무도 컨퍼런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저렴하고 가격이 예측 가능한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와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은 열악하다"며 "특히 PPA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약 20TWh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전력소비량을 충족할 만한 재생에너지 공급 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황 상무는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이용료 등 부대비용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 역시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인허가 부분을 개선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재생에너지의 가격 변동성으로 장기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변동성을 억제할 정책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독점 판매와 운영 구조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계약도 순탄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RE100 대신 원전 등이 포함된 CF100 도입을 검토 중이다. / 연합뉴스.
정부가 RE100 대신 원전 등이 포함된 CF100 도입을 검토 중이다. / 연합뉴스.

◆현실성 낮은 RE100 대신 'CF100'...전문가 "우물 안 개구리"
정부와 공기업은 현실성 낮은 RE100 대신 CF100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CF100은 사용 전력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의미다. RE100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포함한다면, CF100은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자력발전·연료전지까지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사용이 인정되는 에너지원이 폭 넓은 CF100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24/7 CFE중심) 조사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연구기간 6개월에 용역비 3000만원의 용역으로, 연구기관으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선정 돼 지난달 8일부터 용역에 착수했다. 우리 현실에 맞게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사용 방안 등을 연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9일 UN 에너지 주관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24/7 CFE)'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24/7 CFE는 매일 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만 사용한다는 의미의 무탄소 운동이다. 유엔 에너지(UN Energy)와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 캠페인으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 등이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선 변경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우물 안 개구리인 격"이라며 "한국 혼자서 CF100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RE100이 국제 표준으로 정착된 상태에서 원전으로 유사한 수준의 CF100을 하겠다는 입장이 국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CF100에 참여한 것에 대해 "재생에너지가 되지 않는 국가에서 구글이 CF100를 통해 노력하겠다는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해당국가만의 문제"라고 말했다.

석 위원은 한국 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PPA는 전기사용자와 발전사업자가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 사전에 협의한 가격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 계약은 3건이, 기업간 직접 PPA는 4건이 체결됐다. 

그는 "PPA로 재생에너지 조달 가능하다. 다만 한전이 송전비용, 보안공급비용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어 잘 이뤄지지 않는다. PPA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정부가 한전의 입장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향후 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한화큐셀 등이 이미 미국 공장을 설치하지 않나"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들 가운데 정부 불이익 우려가 있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다 국내 기업들이 한꺼번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고 할까 걱정된다. 그 전에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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