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선적 20% 육박···"美·EU 규제장벽에 기세 꺾일까 걱정"

평택=유창욱 기자 2023. 3. 20. 17: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發 2차 테크빅뱅]<2>'2인3각戰' 전기차-車업계만 고군분투
EV6 등 전용차 출시후 괄목 성장
작년 전기차 수출대수 45% 급증
車 본고장 유럽서도 상품성 인정
美·EU 등 자국산업 보호 정책에
빠르게 부상하는 中도 위협 요인
1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기아 평택항 수출 전용 부두에서 EV6가 수출 선박에 선적되고 있다. 평택=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전기차가 평택항 수출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나 되는 게 확실해요? 다시 한 번 확인 좀 해줘요.”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는 기아(000270) 수출 선적 담당 관계자는 올 들어 전기차 물량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이 예상한 것보다 높다며 연신 통계 자료를 들여다봤다. 실무자가 수차례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도 19%라는 숫자에는 변함이 없었다.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평택항을 통해 수출된 자동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라는 사실에 현장 관계자들마저도 “이 정도로 높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지난해 이곳에서 선적한 완성차는 59만 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가 8만 7000대였다. 전체 선적 물량의 13%를 차지한 셈이다. 이후 불과 세 달여 만에 이 비중이 20%에 육박하게 높아진 것이다.

현장을 찾은 17일에도 완성차 7000대를 댈 수 있는 기아 수출 부두에서는 EV6뿐 아니라 니로EV 등 전기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아 수출 담당자는 “확실히 전기차 수출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며 “2년 전만 해도 선적 부두에서 전기차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용 전기차 EV6 출시 이후 변화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1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기아 평택항 수출 전용 부두에서 작업자가 EV6를 운전해 수출 선박으로 향하고 있다. 평택=오승현 기자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수출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수출 대수는 22만 3623대로 전년보다 45%나 급증했다. 전체 완성차 수출이 13%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성장이다. 2020년 11만 9718대 수준에 머물던 전기차 수출 대수는 이듬해 EV6와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 등 전용 전기차 출시에 힘입어 15만 4014대로 28%나 늘어났다.

수출 호조는 주요 선진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가 상품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호평받으며 준수한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5만 8028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7.1%를 차지했다. 테슬라·포드에 이어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독일 등 유럽 10개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9만 6988대를 판매해 폭스바겐·스텔란티스·테슬라에 이은 판매량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10%에 육박했다. 특히 2004년 당시 현대차를 ‘바퀴 달린 냉장고’라고 혹평한 영국 유명 자동차 매체 ‘탑기어’가 아이오닉5를 ‘2022 영국 올해의 차’로 꼽을 정도로 국산 전기차는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 상품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1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기아 평택항 수출 전용 부두에서 EV6 등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평택=오승현 기자

국산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수출의 기둥 역할을 맡고 있지만 한국 업계를 둘러싼 대외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요국은 전기차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 보호주의 장벽을 세우고 있고 중국 등 신생 전기차 업계도 위협적인 속도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넣으며 자국 산업 생태계 보호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GV70 전동화 모델을 제외한 전기차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다. 아이오닉5·아이오닉6 등의 전기차는 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2025년 가동하기 전까지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IRA 발효에 따른 영향이 올해 상반기부터 판매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연합(EU)도 IRA에 맞서 보호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EU가 공개한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에는 니켈·리튬·희토류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역내 대기업에 대해 주기적으로 감사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며 새로운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정 기업을 견제하는 식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기업에 비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수석본부장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을 우선하는 보호주의가 확산하고 있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면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이고 부품 업계도 타격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부상도 주요한 위협이다. 자동차 산업 후발 주자인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어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구축했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고 일본과 한국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니오와 샤오펑 등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은 북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NEF는 올해 1360만 대로 전망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약 800만 대(58.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택=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