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넘어섰다. 팬데믹 상황과 반도체 부족, 인플레이션까지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2022년은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은 전기차 시대
BMW i4
BMW ‘i4’는 자동차 전동화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BMW 특유의 역동적 주행 성능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4도어 쿠페가 주는 멋스러움과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실용성까지 모두 챙겼다. 가장 인상적인 건 주행 질감이다. 그동안의 전기차는 고요하게 움직였지만, 운전 감각은 늘 낯설었다. i4는 이 부분을 적극 개선했다. 우선 전기차 특유의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대신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협업해 음향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동·종료·주행 사운드 등을 제공하는데, 가속페달 조작 정도와 차량 속도에 따른 피드백을 제공해 운전 경험에 스릴을 더한다. 듣는 즐거움은 달리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i4 eDrive’ 모델의 경우 최고 출력 340마력을 발휘하며 100km/h까지 단 5.7초 만에 가속된다. 총 4가지로 구성된 회생제동 모드 역시 눈에 띄는 부분. 특히 적응형 회생제동 시스템의 경우 인공지능(AI)이 주변 상황과 교통 흐름을 다각적으로 판단해 회생제동 강도 및 관성 주행 여부를 스스로 조절한다. 84kWh 대용량 배터리팩으로 1회 충전 시 429km의 주행이 가능하다.
지금은 전기차 시대
MERCEDES-BENZ EQE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기세’는 대단하다. 반도체 부족 문제로 물량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1만9014대를 판매했을 정도다. 한국지엠(GM)의 올해 상반기 총 판매량이 1만7000여 대 수준임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넘사벽’ 수준이다. 그래서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E’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EQE 350+’는 메르세데스-벤츠가 EQE 라인업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인 모델이다. 88.89kWh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71km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출력 215kW, 최대 토크 565Nm의 성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는 최대 170kW 출력의 급속 충전과 8.8kW 출력의 완속 충전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3120mm에 이르는 휠베이스. 이는 E클래스보다 180mm, S클래스(쇼트 보디)보다 14mm 더 넓은 수치로, 특히 뒷좌석 무릎 공간은 넓다 못해 광활할 정도다.
지금은 전기차 시대
HYUNDAI Ioniq 6
주행 가능 거리를 단 1km라도 더 늘려야 하는 전기차는 그만큼 공기저항계수에 민감하다. ‘아이오닉 6’ 역시 공력 성능 향상을 위해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리어 스포일러와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휠 에어커튼 등 공력 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이렇게 완성한 공기저항계수는 0.21Cd로 테슬라 모델 S(0.208)와 비슷하고, 포르쉐 타이칸(0.22)보다 나은 수준이다. 공력 성능은 실제 주행거리로 이어진다. 아이오닉 6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으로 52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6.2km의 전비는 순수 전기차 중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속도도 빠르다.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은 100km/h까지 단 5.1초 만에 도달한다. 반면 실내에 들어서면 넓고 편안하다. 2950mm의 긴 휠베이스에서 비롯된 실내 공간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와 맞먹을 정도다. 공간이 더욱 넓게 느껴지는 것은 일반 시트 대비 약 30% 얇은 전기차 전용 슬림 디자인 시트 덕분. 1열에 적용한 릴랙션 컴포트 시트는 원터치 버튼을 이용해 휴식을 위한 최적의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다.
지금은 전기차 시대
POLESTAR PoleStar 2
폴스타는 태생부터 흥미롭다. 볼보의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로 시작해 배지 엔지니어링을 거쳐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독립했다. 이런 폴스타에서 처음 선보인 순수 전기차가 바로 ‘폴스타 2’다. 국내에는 올해 1월 첫발을 내디딘 후 빠르고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라섰다. 인기 비결은 절제미를 강조한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토마스 잉겐라트가 이끄는 폴스타는 스칸디나비안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내세운다. 이런 디자인의 특성은 기능과 직결되는데, 이를테면 업계 최초로 적용한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공기역학적 성능도 매우 우수하다. 매력적인 가격대도 인기의 한 축. 더욱이 한국에는 전 세계 어느 시장보다 합리적 가격표를 붙였다. 일례로 국내에서 5000만 원대에 판매하는 롱레인지 싱글 모터 모델은 미국에서 약 6800만 원에 판매된다. 더욱이 얼마 전 편의사양 등을 일부 수정한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였지만, 가격대는 동일하게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78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품고 408마력의 힘을 발휘하는데, 완충 시 최대 417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탄탄한 지구력도 갖췄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