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한풀 꺾였다?..전기차 속도조절 속 수주잔고는 '꽉'

LG엔솔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추진 철회
SK온 미국 조지아주 생산 규모 축소 계획
전기차 둔화 대응.."숨고르기 통한 재도약"
3사 수주 잔고 1000조 돌파..경쟁력 유지 전망

이정화 기자 승인 2023.11.17 06:00 의견 0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수주 잔고가 올 들어 1000조원을 넘겼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각 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수요 부진 속 생산을 줄이거나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이미 수주 잔고가 1000조원을 돌파한 데다 10년치 일감을 확보해 경쟁력 유지는 무리없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포드 및 튀르키예 코치 그룹과 합작해 튀르키예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기존 시설에서 포드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이와 더불어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현장인력 약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들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속 비용 절약을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와 소비자 선호도 위축, 유럽의 친환경 정책 지연 등 여러 요소로 주춤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율은 지난 2021년 100%에서 작년 68%로 줄었고 올해 45%까지 떨어졌다.

이런 까닭에 SK온과 포드도 오는 2026년 가동하기로 한 미국 켄터키 2공장 설립을 미루기로 했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생산 규모도 축소할 계획이다. 일부 직원 대상으로는 휴직 조치를 한다.

일부에선 이들 배터리사가 핵심 먹거리인 전기차 시장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수록 성장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하지만 업황에 맞는 속도 조절로 내실을 다져 재도약 기회를 모색할 시간이 될 거란 해석이 더 많다.

더욱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올 들어 누적 수주 잔고를 1000조원 이상 쌓았다. 연이은 수주 소식도 여전한 성장력을 입증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도요타와 연간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현대자동차와 차세대 유럽용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신규 수주를 논의 중이며 연내 발표가 예상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이달 1일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해 "원래대로 갔으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공장 짓는 인력이 되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면서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지다 보면 K-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전환은 1~2년 정도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우상향 할 것이란 전망엔 의심이 없고 배터리사들이 대형 수주들로 탄탄한 고객 수요를 확보한 만큼 당장 실적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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