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소' 외에 답없는 韓수소차…"전기차 이어 中에 역전당할 판"

강희종 2023. 8.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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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수소연료전지차 中 점유율 급증
상용차 위주 급성장하며 韓 바짝 추격
中 탄소제로 핵심 수단으로 수소 적극 지원
美·獨 등 수소에 보조금 지급하며 육성
韓은 수소 관련 예산 축소·발전 목표 하향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 '서소문청사 수소충전소'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중국이 전기차에 이에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한국을 앞지를 기세다. 주요 국가들이 수소에너지에 속도를 내는 사이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한 한국은 오히려 주춤한 모습이다.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에너지분야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를 보면 중국의 전세계 수소연료전지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포인트 증가한 33.3%로 한국(36.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점유율 1위를 유지했으나 1년새 점유율이 16.8%포인트 떨어지며 중국에 1위 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다. 미국은 점유율 22.0%로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이 워낙 초기여서 판매량 자체가 크지 않지만 중국의 성장세는 확연하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3% 증가한 2764대의 수소차를 판매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수소차 판매량은 39.7% 급감한 2992대에 머물렀다.

SNE리서치는 “ 오랫동안 지적된 수소차 충전 인프라 부족, 수소 충전 비용 상승, 소비자들의 수소 차량 선택지 등이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수소 상용차에 집중한 중국은 고속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18년에 출시한 넥쏘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수소충전소는 6월말 기준 전국 179개소(디스펜서는 251기)로,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열악하다. 최근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전기차에 비해 국가적 관심도도 크게 낮아졌다.

中 등 수소 에너지 전력 질주

중국은 전기차 못지않게 수소에너지에 대한 정책 지원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평가받는 수소를 탄소 중립 사회에 도달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중국은 지난 한 해 각 정부 부처와 위원회가 50개가 넘는 수소 에너지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300개가 넘는 수소 에너지 정책이 나왔다. 중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판매가 많이 증가한 것은 국가적 관심 및 지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지만 기반 기술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보도를 보면 중국 중앙 정부 부처는 지난 8일 ‘수소 에너지 산업을 위한 건설 표준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수소에너지 생산과 저장, 운송에 대한 기준을 담고 있다. 지난 6월엔 세계경제포럼(WEF)에 ‘그린 수소 로드맵 보고서’를 제출하며 수소에너지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에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수소연료전지차를 중점 발전 분야로 지정한 이후 잇달아 수소 에너지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수소에너지발전중장기계획(2021~2035)에서 2025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5만대까지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텐진·허베이)가 수소 연료 전지 산업화 및 시범 도시를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수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가는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7일 펴낸 ‘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독일,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들이 수소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일은 자국내 그린 수소 생산 및 해외 공급망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213억6000만유로(약 31조20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0년 ‘수소경제 로드맵’에 이어 올해 ‘청정수소 전략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각종 지원금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2021년 제정된 인프라법(BIL)은 청정수소 수전해 기술 개발에 10억달러, 청정수소 제조 및 재활용 이니셔티브에 5억달러, 청정수소 지역 허브 개발에 8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2032년까지 수소 생산자에 최소 ㎏당 60센트에서 최대 3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일본은 2017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한 나라다. 2020년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 성장 전략’에서 14개 핵심 분야중 하나로 수소를 선정해 기업에 세제 감면 및 재정 지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향후 15년간 보조금을 지급해 수소 생산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를 비슷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韓, 수소 예산 외려 축소하고 발전 목표 낮춰

한국은 일본과 함께 일찍부터 수소연료전지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며 관련 산업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수소 관련 일부 예산이 축소되는가 하면 목표치도 하향 조정됐다. 수소 생산기지 구축 사업 예산은 2021년 666억원에서 올해 8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경쟁국들이 청정수소 생산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021년 발표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선 2030년 수소연료전지 목표 발전량이 27테라와트시(Twh)였으나 올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시된 목표치는 16Twh였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연도별 세부 발전 계획 및 배경 설명없이 장기 목표를 낮추는 것은 기업들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어 장기적으로 수소 시장 규모를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김범수 수소경제정책과장은 “수소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소연료전지차, 충전 인프라, 수소생산·저장·유통 등 전반적인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방향을 보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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