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충전소 10곳 중 9곳 누출 경험…“안전 규정 서둘러야”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에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지만, 수소 누출이 발생해도 경보가 제때 작동하지 않는 등 안전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 수소충전소 1200곳 확충 등을 밝힌 가운데 안전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중앙일보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받은 ‘수소충전소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8월까지 전체 165곳의 수소충전소 중 145곳(87.9%)에서 최소 1회 이상 수소 누출이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 수소가 누출됐음에도 위험을 알리는 경보 시스템이 단 한 번도 작동되지 않았다. 한무경 의원은 “개별 충전소에서 압력·유량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보가 울리게 돼 있지만, 수소 누출 관련 경고는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가스안전공사는 2021년 3월부터 수소충전소를 상설 점검하고 있다. 구축 1년 미만인 신규 충전소는 주 2회, 하루 평균 충전 차량 수 40대 이상인 대형 충전소는 주 1회, 그 밖의 충전소는 격주 1회 시행한다. 지금까지 충전소 165곳에 대해 1만3557회의 점검이 있었는데 누출 발생은 12.5%(1676회)에 달했다. 특히 A수소충전소의 경우 132회 점검 중 79회 누출이 확인됐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소 누출이 발생하지 않은 충전소는 20곳에 그쳤다.
무엇보다 수소가 다량 누출될 경우 정전기·스파크 등에 의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문제다. 정부가 지난해 발간한 ‘수소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수소는 다른 가연물보다 최소 점화에너지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신축 7개월 된 수소충전소가 폭발해 수소버스가 파손되는 등 110만 달러(약 15억원)의 재산 손해를 입었다.
가스안전공사 측은 “가스 누출은 시공사의 시공 역량 미달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대개는 신축 충전소에서 배관 설치 미흡(26.9%), 자동밸브 연결 미흡(19.1%) 때문에 누출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또 초고압 압축기 가동 시 진동이 심하게 발생해 내부 부품이 손상되거나 배관이 풀려 수소 누출이 발생한 사례도 47%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충전소는 구조적으로 폭발이나 화재 위험에 대비돼 있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이진 않지만 사고 위험성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학과 교수는 “수소는 하루 1%가량 자연적으로 누출되는 특성이 있지만, 다량 누출되고 주변에 발화원이 있다면 화재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량 누출 시 경보 시스템을 작동하게 하는 등 안전규정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소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가스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데, 중기적으로 별도의 ‘수소관리법’을 제정하면 관련 생태계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무경 의원은 “아직 수소 인프라 기술이 부족해 수소 누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충전소 확대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력 제고와 규정 마련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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