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모자란데… 유류세·종부세·개소세 '종료' 딜레마

이한듬 기자 2023. 4. 2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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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구멍난 나라 곳간… 세수 펑크 '경고음' ] ② 국세 수입 감소에 민생 지원책 연장 고민↑

[편집자주]국세 수입이 줄면서 연초부터 나라 곳간 상황이 '세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 부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세수 감소가 예상되자 정부는 각종 세정지원 종료를 검토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고민 역시 깊다. 경영계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수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낮은 세수를 고려할 때 추가 인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가 재정 운용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사진=뉴시스 권창회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세수 16조 줄고 나라빚 66조 느는데… '재정준칙 법제화' 깜깜
②세수 모자란데… 유류세·종부세·개소세 '종료' 딜레마
③기업 실적 악화, 나빠진 재정… 법인세율 인하 '딜레마'
민생 부담을 덜기 위한 세제 지원책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1~2월 국세 수입이 16조원 가까이 줄어들며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부담 속에서 민생 안정을 위한 지원책을 중단하긴 어려워서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섣불리 지원책에 손을 댈 경우 민심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세수 15.7조 줄었다… 역대 최대 감소 폭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에 따라 2021년 하반기 진행한 세정 지원으로 이연된 세금이 지난해 1~2월에 걷히면서 이에 대한 기저효과가 컸다. 기저효과를 고려한 실제 세수 감소 폭은 6조9000억원이란 게 기재부 설명이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된다면 1~2월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후유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미국의 강달러 정책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둔화, 물가상승 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민생안정을 위해 내놓은 지원책을 축소하거나 종료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류세와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를 환원하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유류세 인하는 당초 4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8월 말까지 4개월 동안 제도를 연장하기로 했다. 재정부담 우려 속에서도 민생을 우선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2021년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휘발유 기준 리터(ℓ)당 1800원을 넘어서자 그해 11월부터 유류세 20% 인하조치를 시행했다가 이듬해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자 인하 폭을 30%로 높였고 같은 해 7월엔 37%로 재차 상향조정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국제 유가가 낮아지면서 휘발유 인하율을 다시 25%로 축소했고 경유와 LPG(액화천연가스) 부탄 인하율은 37%를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에만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수가 5조5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유류세를 다시 정상화하면 5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를 4개월 연장키로 했지만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개소세도 올 상반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개소세 30% 인하한 뒤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엔 소비 진작을 위해 인하 폭을 70%까지 확대했다. 이후 같은 해 하반기 30%로 축소했고 6개월 단위로 연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말 연장된 개소세 인하 기간은 올 6월까지다.



재정악화 우려↑… "지출 구조조정 우선"


지난해 인하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유지 여부를 상반기 중으로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저인 60%로 낮췄지만 세수확보 차원에서 이를 다시 8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선 민생을 위해 내놓은 세금 지원책을 쉽게 건드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 초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산유국의 감산 조치 등으로 인해 다시 치솟고 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씩 추가로 감산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지난 3월20일 배럴당 70.31달러였던 국제유가(두바이유)는 4월13일 87.36달러로 24.2% 치솟았다.

리터당 1500원대였던 국내 휘발유 가격도 현재 1600원대 중반으로 뛰었다. 국제유가가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2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조만간 17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거나 제도가 종료되면 상승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4개월 연장 조치로 임시 처방을 했지만 하반기 국제유가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제도 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개소세 인하 정책 역시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지원을 종료할 경우 내수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대대적인 내수진작 캠페인을 펼치는 와중에 개소세 인하를 중단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민생대책의 우선순위를 따져 지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무리하게 세금을 거두려고 하면 오히려 국민 활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유류세·개소세 인하 등 민생대책은 유지하는 게 맞지만 일부 조정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세 적자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 규모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정부가 불필요한 지원책은 중단해 모자란 국세를 충당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개소세 인하는 전반적으로 소비 진작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유류세 인하는 기름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저소득층을 위한 민생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우선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해 세수를 확보하고 저소득층을 돕는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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