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주유소의 변신, 경쟁력 있나

김동욱 기자 2023. 5. 2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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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전기차 시대, 기름집의 운명 '째깍째깍'] ②다채로운 서비스와 접근성으로 소비자 마음 잡는다

[편집자주]국내 주유소들이 사라진다. 알뜰주유소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며 존재 가치를 잃고 있다. 주유소들은 전기차 충전으로의 전환과 포트폴리오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성을 눈여겨본 주요 대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정유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던 정유사들은 석유 수요 감소에 따라 비정유 부문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유소의 미래는 무엇일까.

전기차 시대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 정유업계가 주유소 활용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SK에너지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진=SK에너지
▶기사 게재 순서
①'알뜰'에 밀리고 '전기차'에 치이고… 주유소, 폐업만 남았다
②전기차 충전 너도나도 뛰어드는데… 주유소의 변신, 경쟁력 있나
③"기름 만으론 미래 없다"… 전기차 시대 '정유업계의 고민'
전기차 시대 전환을 앞두고 정유사들이 주유소 변화를 꾀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복합스테이션으로 구축하거나 물류 거점 등으로 이용하는 게 핵심이다. LG·롯데·LS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유소 네트워크 활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유소의 변신은 무죄… 정유업계, 전기차 확대에 사업 다각화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080만2000대로 전년(671만3000대)보다 60.9% 늘었다. 올 1분기엔 270만2000대가 신규 등록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207만5000대) 대비 30.2% 증가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누적)는 39만대로 전년보다 68.4% 급증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가 2.6% 증가에 그쳤고 경유차와 액화석유가스(LPG)차는 각각 1.2%, 2.1%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마케팅에 힘을 실은 결과다. 전기차 구매 시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도 주효했다.

전기차 증가가 본격화되자 주유소 사업을 영위하는 정유업계 움직임도 빨라졌다. SK에너지는 2022년 초 서울 금천구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개소하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주유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주유소 기반 사업 모델이다. SK에너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에는 태양광(20.6킬로와트·kW)과 연료전지(300kW) 발전설비가 구축됐다. 전기사업법상 발전 사업자가 전기판매업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어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으나 관련 법령이 정비되면 전기차 충전 고객에게 전기를 직접 판매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물류 거점 지역으로 이용한다. 주유소는 차량 진입이 쉽고 물품 보관·적재가 편리해 물류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게 GS칼텍스 관계자 설명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픽업 센터로 지정, 이케아코리아 고객이 직접 차량으로 픽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저렴한 배송비용으로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여행 짐 서비스 업체 굿럭은 각 지역 배송 매니저가 주유소 픽업 센터에 가져다 놓은 여행 짐을 한 번에 공항으로 옮겨 불필요한 물류 차량 이동을 최소화한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새로운 서비스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다른 업체와의 협업도 모색하는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게임업체 넥슨과 협업해 국내 최초로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적용한 주유소 '파츠 오일뱅크'를 선보인 것.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만들어진 해당 주유소는 기존 주유 공간에 게임 카트라이더 IP가 적용된 조형물과 그래피티 아트, 팝업 스토어 등이 조성된 게 특징이다. 색다른 '경험'을 구매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넥슨과의 지속적인 제휴를 통해 파츠 오일뱅크 2호점을 내놓고 드라이브 스루, 프리미엄 세차 등 연계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충전' 꼽는 기업들… 정유업계 경쟁자로 부상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사진=LG전자
정유업계가 다양한 주유소 활용 전략을 내놓고 있으나 전기차 시대에서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핵심은 전기차 충전시장을 선점하는 것인데 주요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탓이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전국 주유소 1만1155개소 중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주유소는 435개소(3.9%)에 불과하다.

전기차 충전사업을 추진하는 대표적 기업은 LG전자다. 2018년 최고기술경영자(CTO) 부문에서 전기차 충전 솔루션 개발을 시작한 LG전자는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60%를 확보하며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올 2분기 내 국내 시장에 완속·급속 충전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론 단순 충전기 제품 공급자에서 벗어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충전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올 1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의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꼽았다.

롯데그룹과 LS그룹은 각각 롯데정보통신, LS 이링크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펼친다. 롯데정보통신은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를 통해 국내에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한다. 이브이시스는 초급속·급속·중급속·완속 등 전기차 충전기 풀라인업에 대한 유럽 CE 인증(안전·건강·환경 등과 관련해 유럽연합 이사회 지침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한다는 의미의 인증마크)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LS 이링크는 로젠택배와 협력해 전국 350여개 지역에 위치한 로젠택배 물류 거점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 LS그룹은 전기차 충전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강점은 접근성 뛰어난 주유소 네트워크… 개인 사업자 설득은 과제"


HD현대오일뱅크의 파츠 오일뱅크.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정유업계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기차 충전소 사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차가 다니기 쉬운 곳에 주유소 네트워크를 형성해놨다"며 "전국 주요 길목에 설치된 주유소를 활용해 접근성이 뛰어난 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정유사들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주유소에서 내연기관차에 기름을 넣어주고 있으나 미래에는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을 것"이라며 "주유기·충전기 이격거리 제한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정유사들의 충전소 사업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 주유소 중 직영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정유사 소유의 주유소가 더 적은 것은 문제"라며 "현재 주유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개인 사업자들에게 특정 사업 방향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주유소와 연계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해 개인 사업자들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주유소를 만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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