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이유 있는 주유소의 ‘변신’

김기동 2023. 5. 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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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현대식 주유소는 1969년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세운 청기와주유소였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HD현대오일뱅크 흑석동주유소는 평일 오후면 꼬마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핑의 성지'인 강원 양양의 SK에너지 커피향주유소 지붕에는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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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현대식 주유소는 1969년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세운 청기와주유소였다. 2010년대 초반까지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끌 정도로 서울의 랜드마크로 불렸지만 지금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주유소가 위기다. ‘주유소=동네 갑부’라는 건 옛말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998곳으로, 2012년 이후 10년간 2000곳이 문을 닫았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판매 마진율은 평균 5∼6% 수준이지만 카드 수수료와 세금 등을 떼면 평균 영업이익률은 2.52%(2019년)에 그친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전기차가 급속히 내연기관차를 잠식하고 있다. 2022년 말 국내 등록 전기차(누적)는 39만대로 전년보다 68.4% 급증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가 2.6% 증가했고, 경유·액화석유가스(LPG)차는 각각 1.2%, 2.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전체 주유소의 12%를 차지하는 알뜰주유소도 위협 요소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던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도입됐다. 입찰을 통해 휘발유를 ℓ당 40원가량 싸게 파니 기름값에 민감한 소비자가 몰리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주유소가 아니다. HD현대오일뱅크 흑석동주유소는 평일 오후면 꼬마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배스킨라빈스가 입점해 하굣길 학생들의 ‘참새방앗간’이 된 것이다. ‘서핑의 성지’인 강원 양양의 SK에너지 커피향주유소 지붕에는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서퍼들에게 인기다. 경남 김해 에쓰오일 빵집주유소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북카페 ‘홍철책빵’이 입점해 있다. GS칼텍스는 가구업체 이케아와 협업해 주문한 제품을 픽업하거나 여행 짐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HD현대오일뱅크가 전기차에 이어 미니 굴착기 판매에 나섰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중대형 굴착기와 달리 과수원·농가·전원주택 등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주유소의 이유 있는 변신은 ‘무죄’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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