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일 유전 개발 경쟁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2. 1. 20. 03:18 수정 2023. 11. 17. 13: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란 말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한 것이 동해-1 해양 가스전이었다. 1998년 한국석유공사가 울산에서 동남쪽으로 58㎞ 떨어진 해저에서 가스 시추에 성공해 2004년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그 덕에 한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 됐다. 하루 34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스와 자동차 2만대분의 초경질유를 생산했다. 인근에 추가로 개발한 동해-2 가스전은 2016년부터 가스를 생산했다. 작년 말로 이 동해 가스전은 생산을 마무리했다.

▶일본이 동해 EEZ(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시추에 나선다고 한다. 일본 시마네현에서 북서쪽으로 130㎞, 포항에서는 160㎞ 떨어진 지점이다. 상업성이 확인되면 2027년 개발 준비에 착수해 2032년쯤 천연가스를 생산하겠다고 한다. 일본이 1990년 니가타현 앞바다에서 생산을 개시한 이후 30여년만에 자국 인근 바다에 해양 가스전을 개발하는 것이다.

▶동해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 사이 해저 자원 개발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곳이 제주도 남단 동중국해에 있는 제7 광구다. 1968년 작성된 미국 해양연구소의 ‘에머리 보고서’에서는 동중국해에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석유 자원이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석유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라는 주장도 있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제7 광구 영유권을 선포했다. 일본의 허를 찌른 선제 선언이었지만 해저 자원을 개발할 돈과 기술이 없었다. 결국 한·일 양국이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1978년 50년짜리 협정을 맺었다.

▶양국이 공동 시추한 제7 광구 7곳 중 3곳에서 석유와 가스가 나왔다. 1980년대 온 국민이 산유국 꿈에 부풀었다. “제7 광구, 검은 진주~”라고 강렬하게 후렴구를 외치는 유행가 ‘제7 광구’까지 나왔다. 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며 일본이 손을 뗐다. 한국이 공동 개발을 요청해도 미적댔다. 그새 국제해양법이 바뀌어 대륙붕 대신 배타적경제수역 개념이 등장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훨씬 유리해졌다. 1978년 발효된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 협정은 2028년 만료된다. 제7 광구의 80%가 일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새 중국도 7광구 인근에서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유일의 울산 앞바다 해양 가스전이 생산을 종료한 시점에 공교롭게도 일본이 동해에서 해양 가스전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뉴스가 심상치 않다. 한·일, 그리고 한·중·일 사이에서 벌어질 바다 자원 전쟁의 서막을 보여주는 듯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