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재상승?"..OPEC 감산 결정에 커지는 韓 무역적자 확대 우려

세종=전준범 기자 2022. 10.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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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 치솟아
원유 수입 부담 가중=무역 적자 확대
LNG도 여전히 비싸..정부 "총력 대응"

전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을 우려해 오는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20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원유 공급량 감소 예고에 최근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가 재상승은 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올해 무역 적자의 주된 배경이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액 급증이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무역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

◇ OPEC+, 11월부터 하루 200만배럴 감산

7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 통상 당국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월 들어서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적자 주범인 에너지 수입 부담도 여전해서다. 6개월 연속 적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의 감산 이슈까지 겹쳤다. 지난 5일(현지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회원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첫 대면 회의를 열어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배럴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OPEC+ 산유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4185만배럴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 소식은 최근 국제유가 안정세로 에너지 수입 부담을 한시름 놓았던 한국 정부를 다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제유가는 올해 상반기까지 120달러를 넘나들다가 현재는 80달러대로 낮아진 상태다. 그러나 OPEC+가 감산을 확정한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24달러(1.43%) 급등한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는 원유 수입액 규모의 영향을 받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무역수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많다 보니 정확히 일치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원유 수입 부담이 커지면 무역 적자도 커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예컨대 6월 85억달러이던 원유 수입액이 7월에 115억달러로 늘자 무역수지 적자는 25억달러에서 51억달러로 불어났다. 정부 관계자는 “산유국의 감산 결정이 국제유가와 우리 무역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다가오는 동절기 에너지 수요 증가

정부로선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동절기가 다가온다는 사실이 부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진정세를 보이는 듯하던 국제유가마저 다시 오르면 무역 적자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어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LNG 수입 가격은 지난해 8월 톤(t)당 535달러에서 올해 8월 1194.6달러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수입이 수출을 넘어서는 무역 적자 흐름이 올해 남은 기간은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9월 기준 올해 우리나라 무역 적자 누적치는 288억76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기존 최대 연간 적자 기록인 1996년의 206억달러를 진작에 넘어섰다. 정부 안팎에서는 연간 무역 적자가 곧 30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유 수입 부담은 국내 소비자물가 동향에도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여전히 5%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긴 하나 지난 7월 6.3%를 찍은 이후 8월(5.7%)에 이어 2개월째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오르고 11월부터 OPEC+가 감산에 나서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6%대로 치솟을 수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6개월 연속으로 발생한 무역 적자와 6월 이후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의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민관 합동으로 수출 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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