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부정수급 제보 3개월 만에 늑장 행정처분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정부가 영업용화물차에 지급하고 있는 유가보조금이 당초 취지대로 사용되지 않고 일반차량 주유나 외상거래, 주유금액을 부풀리는 등 부정수급 사례가 꾸준히 발생, 혈세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선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수수방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도 교통정책과에 따르면 충북도내에선 2017~2021년 5년간 모두 237건(연평균 47.4건)의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행위를 적발, 약 3억2000만원의 보조금 환수조치와 6개월~1년간 유가보조금카드(화물복지카드) 지급정지, 감차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각 시·군별 부정수급 적발건수는 청주시가 가장 많은 97건(19.4건)을 기록한데 이어 충주시 58건(11.6건), 음성군 18건(3.6건), 진천군 17건(3.4건), 증평군 13건(2.6건), 옥천군 11건(2.2건), 제천시 9건(1.8건), 보은군 6건(1.2건), 괴산군 5건(1건), 단양군 3건(0.6건), 영동군 0건(0건) 순이었다.

같은 기간 도내에서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2019년 37건을 기록한 청주시였으며, 올해(6월말 현재) 36건을 기록한 충주시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동군에선 11개 시·군을 통틀어 최근 5년간 단 한 건의 부정행위도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냈지만, 허술한 관리·감독과 봐주기식 민원처리로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영동군의 한 택배기사 A씨는 지난 6월 25일 교통사고로 배송차량이 심하게 망가진 상태에서 2개월 넘게 기존 유가보조금카드를 이용해 7월(7건·약 40만원)과 8월(11건·약 70만원) 약 110만원 어치 기름을 일반차량에 주유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업용화물차는 국토부 유가보조금관리시스템(FSMS)으로 단시간 반복주유, 물리적 이동경로 불가, 1일 4회 이상 주유 등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차량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있다. 또 폐차(말소)가 되면 이 시스템에 등록돼 기존 유가보조금카드는 자동으로 정지된다.

그러나 번호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차만 바꾸는 대·폐차의 경우엔 새 차가 나올 때가지 폐차처리를 하지 않으면 종전과 같이 유료구매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맹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9월 이와 같은 사실을 영동군에 제보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주유소 CC(폐쇄회로)TV를 확인할 수 없으니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며 “지역 유가보조금을 관리·감독하는 군에서 당시 택배차량의 상태나 보조금관리프로그램상 주유내역만 확인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일임에도 민원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무마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고차량은 차량 할부금문제로 아직도 자동차공업사에 그대로 방치돼 있고, 문제의 택배기사는 ‘유가보조금카드를 이용해 개인승용차에 기름을 넣거나 외상거래로 집에 있는 보일러 기름까지 채웠다’는 말을 자랑삼아 했다”며 “영동군의 택배 배송거리는 아무리 넉넉히 잡아봐야 150km에 불과한데도 훨씬 많은 기름을 사용해 온 것 자체가 모순이어서 군에서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이 수년간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가 이용한 주유소에선 “CCTV 녹화기간이 15일밖에 되지 않아 사고당한 택배기사가 일반차량으로 주유한 것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택배회사의 다른 1t화물차로 주유했다”며 “카드사마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의 화물복지카드가 발급돼 지정된 차량이 맞는지 헛갈리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100%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영동군 교통팀 주무관은 “확인결과 영업용화물차가 아닌 차량에 유가보조금카드가 사용된 것은 확인됐다”며 “운행이 어려울정도로 차가 망가진 것은 맞지만 폐차가 되지 않아 유가보조금관리시스템에서의 확인이 어려웠고, 이러한 민원이 처음 발생하다보니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영동군은 1일 A씨를 상대로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했고, 오는 14일까지 소명자료 요청 후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액 40여 만원 환수와 6개월 정지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사고발생 5개월, 민원신청 3개월 만이다.

유가보조금제도는 2001년 7월부터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경유·LPG의 유류세가 인상되면서 화물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 자동차세를 재원으로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를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유가보조금은 운수사업자가 카드회사로부터 유가보조금카드를 발급받아 주유소나 충전소에서 카드 결제하면 카드사는 화물차 기사에게 유가보조금을 뺀 금액만 청구하고, 각 지자체선 유가보조금을 카드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가보조금의 지급단가는 유류 구매일 현재 유류세액에서 제도가 도입된 2001년 6월 당시 유류세액(경유 ℓ당 183.21원, LPG ℓ당 23.39원)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정해진다.

올해(1.1~9.14) 충북도에 등록된 시·군별 영업용 화물자동차 수와 지급액은 △청주시 7569대·181억2500만원 △충주시 1989대·55억6000만원 △제천시 2507대·102억4900만원 △보은군 787대·18억9500만원 △옥천군 695대·23억500만원 △영동군 176대·2억9300만원 △증평군 593대·14억7800만원 △진천군 1008대·26억7800만원 △괴산군 282대·7억8400만원 △음성군 1477대·45억2000만원 △단양군 605대·24억4300만원 등 모두 1만7688대에 503억3000만원이다.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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