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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올해 상반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린 정유업계의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

정제마진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총 7조5천5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총 4조7천668억원이다.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12조3천204억원을 벌어들였으며, 이는 지난해 상반기 거둬들인 3조8천995억원에 비해 215.9%가 증가한 수준이다.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0조3천27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을 단순 추산해보면 약 12.3%로 집계된다.

정유사들이 이러한 '초대박'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고유가와 더불어 정제마진이 올해 역사상 최고 수준의 초강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연초 배럴당 76달러 수준이었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상반기 중 128달러까지 급등했었다.

이에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지난 6월 한때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통상적으로 정제마진 4달러~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점과 전년 동기 정제마진이 1달러~3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역대급 호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각종 원가 등을 제외한 수익을 의미한다.

다만, 정유업계가 이 같은 호황을 올해 하반기에도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높아진 휘발유 가격으로 지난 6월부터 수요가 급감했으며,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정제마진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WTI는 최근 86달러선까지 내려왔으며, 30달러를 뚫을 기세였던 정제마진은 6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유업계에 변동성이 확대된 건 글로벌 경기침체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전 세계 1일 원유 수요 전망치를 이전보다 0.26% 내린 1억30만배럴로 전망하기도 했다.

더욱이 OPEC플러스(OPEC+)가 내달 하루 10만배럴 증산에 합의하면서 원유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하반기 영업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권에서는 정유사에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다.

정유사들이 상반기 12조원가량의 이익을 낸 것이 과도하다고 보고 이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유가 폭등기에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정부, 정유사, 소비자들이 서로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급락하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횡재세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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