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도매가격 공개 밀어 붙이는 정부…정유업계 “영업비밀” 반발

시간 입력 2023-02-27 07:00:05 시간 수정 2023-02-27 06:54:57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정부, 석유제품 가격 낮추기 위해 도매가격 공개 추진
24일 개정안 논의했지만 결론 못내고 내달 10일 재논의
정유업계 “도매가격은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반발

정부가 석유제품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정유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 안정을 위해 법안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도매가격은 영업기밀이며, 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심사했다. 그러나 ‘업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과를 내지 못하고 내달 10일 심의를 다시 하기로 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최종 확정,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의 공급 단가를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개하고, 일반 대리점과 주유소에 공급하는 판매하는 도매가격도 공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는 정유사의 전국 평균판매 가격과 주요소가 판매하는 소매가격만 공개하고 있다.

도매가격 공개를 추진하는 이유는 정유사 간 경쟁을 통한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동안 정부에서 유류세를 인하해도 인하분이 석유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유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대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다가 2011년 철회된 바 있다.

정유업계는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의 구매 원가와 관리비 등이 포함된 도매가격이 공개되면 경영전력과 설비 능력 등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안에서는 영업기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을 공개하라고 돼있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은 영업기밀을 침해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도매가격에는 제반비용과 마케팅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유업체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소의 90%는 직영이 아닌 자영 사업장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전 재고에 대해 가격에 바로 반영하지 않는 것인데 이를 정유업체에서는 강제로 반영시킬 수 없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유류세 인하분이 100% 반영된 것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도매가격 공개는 지난해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영향도 컸다. 지난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13조5685억원으로 전년 6조6293억원 대비 6조9392억원(104.7%)이 증가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시황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데 지난해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을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정유사들이 국내에서 수익을 크게 올렸다기 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에서 수익을 많이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